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아무 것도 없잖어"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초원에 풀이 없어 소들이 비쩍 마를 때쯤
선지자가 나타나서 지팡이를 들어
(저 쪽으로 석 달을 가라)

풀이 가득 덮힌 기름진 땅이 나온다길래
죽을똥 살똥 왔는데
여긴 아무 것도 없잖어

푸석한 모래 밖에는 없잖어
풀은 한포기도 없잖어
이건 뭐 완전히 속았잖어
되돌아 갈 수도 없잔어


 요즘 저는 대선 이후 저의 처지가 저렇게 될까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가 살면 얼마나 살았겠습니까? 저는 요즘 난생 처음으로 나라를 위한 기도를 진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실 별거 아닙니다. 

얼마전에 한 블로거의 글을 보았는데 전형적인 물타기식 글로

새누리당의 복지정책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관련되어 아무 것도 내놓지 않고있지 않느냐는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네 뭐 맞는 말이죠. 충분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글은 저의 숨겨왔던 수줍은 성질머리를 건드렸고 저는 미투에 아침부터 화가 듬뿍 담긴 글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 포스팅은 오늘 새벽 글배달로 이 곳으로 배달될 예정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민주시민으로 정말로 '공약'을 보고 내 투표권을 선택하고 싶은 자유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입니다. 저는 (누구 기준으로) 좌빨은 아니란 말입니다. 

다만 저는 후보들이 자신이 내 뱉은말을 정말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제대로 실행한다는 것은 무엇이냐. 짧은 시간동안 얼론에 '우리가 해냈다 나 좀 짱임' 식으로 발표하고 실수혜자들이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제도 하나 만드는 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죠. 하지만 수혜자와 그 정책의 가장 작은 단위들이 만족해야 제대로 실행했다고 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제안합니다. 

 대선 후보님들은 공약을 발표하실 때는 그 구체적인 실행 계획 또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은 그냥 그럴듯하고 누가 봐도 좋고 아름다운 말들을 공개적으로 하고 계신 것 같지만요. 유권자는 저로서는 당신들이 '진심으로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고 생각해보고 할만하다고 생각해서' 발표하고 있는 건지 '이게 잘 먹힐 것 같으니까, 내 이미지상 어울리는 정책이라서, 이렇게 신문 1면에 나오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 같아서' 사탕발림을 하시는건지 전혀 구분할 수 없거든요. 당연하게도 저는 당신들을 사석에서 전혀 만난적이 없으며,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진심인지 어떤게 농담이 아니고 진지한 표정인지 어떤 점을 중요시 여기는지 전혀 알 수 없는데다가, 안다해도 미디어를 통해 알 수 밖에 없으니까요. 


 정말 깨알같은 설명 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저 전체 예산 중에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 예산을 끌어와서 쓰면 되는지, 진짜 실수혜자가 누구인지,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어떤 부분에 이득이 되어 내가 실수혜자가 아니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동의해 줄 수 있는 그런 방법이고 정책인지 

정말로 딱 이만큼만 말해주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저는 충분히 알 수 있겠죠.

 이 사람 진심이구나 

 이 사람 이 공약에 대해서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해보세요. 공약자인 본인은 그냥 말을 하고 명을 내릴 뿐이지만, 그 공약이 피부에 와 닿는 과정은 '정치'가 아니라 '행정'이거든요. 지금까지의 다른 정치인들이 그게 왜 필요한지 몰라서 안했겠어요? 그 분들도 충분히 똑똑하신 분들인데? 아니죠. 지금까지 안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이런점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저는 더 감격할 지도 몰라요. ~해서 못했는데, 대신 그분이 ~하게 해놔서 지금 상황은 ~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하고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역할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상징성을 가지는 역할(입헌군주국의 왕 역할)과

대한민국 행정부의 수장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방향성을 분명히 하는 역할(입헌군주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하는역할)입니다.- 고등학교 정치책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정말로 그 자리에 걸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카리스마나 리더쉽 지향하는 가치, 이미지 이런 것이만 치중하지 말아주세요. 행정부의 수장이라는 역할도 똑같이 중요하고, 어쩌면 국민들에게 있어선 이 부분이 더 중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


 그러니 이 부분도 강조해서 보여주세요.

저는 당신의 행정 능력이 사실은 더 많이 보고싶습니다. 



P.S. 제가 새누리당의 공약을 못믿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첫째로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한 국가를 대표하는 중요한 정당이 그 입장을 1년도 안되게 왔다갔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우며

셋째로 본인들이 내새운 공약들을 실제로 시행하는 것 또한 본적이 없으며

넷째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천천히 조금씩 완전히 구축해야하는데, 정치 쇼에 맛들려 자기 임기내로 실행했다고 말하고 싶어한 나머지..실무자들이 지혜롭게 제도를 빌딩하기전에 무리하게 실행부터 하다가 가장 작은 단위들 (주로 그들이 말하는 서민)만 오히려 망하는 걸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큰 제도의 가장 기초공사를 해주는 일도 충분히 중요하고 사실 가장 중요한 일인데 말입니다.

사실은 바로 그 정치쇼만으로 만족하는 대중이 문제긴 하죠. 

여러분, 정책은 실수혜자 + 우리 모두가 만족해야 제대로 시행된 정책입니다. 

우리 정치쇼에 넘어가지 말고, 결과가 바로 안나온다고 보채지 말고 기초공사를 차분히 기다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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